걷기 좋은 계절, 대전으로 호수 트레킹을 떠난다. 왜 대전이냐고 묻거든 대청호 오백리길의 하이라이트 4구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호수인 대청호 주변에 위치한 대전과 충북을 잇는 약 220km, 21개 구간으로 이어진 길이다. 호수를 한 바퀴 감싸며 쓴 긴 문학 장르같은 이 길은 물가 데크와 옛 마을길, 숲의 눙선과 임도가 이어지며 호수 도보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중 호수를 끼고 걷는 길이 길어 풍경이 다이나믹한 반면 걷는 길은 비교적 평이하여 초심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코스가 4구간이다. 이름하여 호반낭만길. 이 길을 중심으로 대청호 오백리길의 대전 구간을 정리해보았다.
#1. 낭만 그 자체 호수를 끼고 걷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은 호수의 호흡에 발맞춰 걷는 길이다. 윗말뫼에서 시작하여 신상교까지 약 12.5㎞, 6시간에 걸쳐 호수의 다채로운 표정에 감탄하며 걷는다. 날씨에 따라 물빛과 하늘빛이 달라지고 계절에 따라 나무와 햇볕도 변화를 준다.
봄에는 금성마을의 산벚꽃, 여름엔 연꽃마을의 백련, 홍련이, 가을엔 호숫가의 갈대가 결을 세우고 겨울엔 더욱 또렷해지는 물빛이 도도하다. 언제 가도 색다른 길이 펼쳐지는, 호수 도보 여행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준다.
4구간 호반낭만길은 이름처럼 길의 대부분을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다. 약 60% 정도는 호수를 직접 끼고 걸으며 나머지 40% 정도도 호수가 부분 가려지는 구간이다.
윗말뫼에서 명상공원과 이어지는 길은 데크로 연결되는 무장애 구간이고 호수와의 밀도가 높아 전 코스를 걷기 어려우면 이 부분만 걷기를 추천한다. 왕복 3km 정도에 이르는 짧은 구간이다.
주요 코스 (12.5㎞, 6시간 소요) 윗말뫼 → 명상정원(슬픈연가 촬영지) → 대청호오백리길 탐방지원센터 → 대청호 자연생태관 → 습지공원 → 취수탑 황새바위 → 연꽃마을 금성마을 → 엉고개 → 제방길 → 신상교 |
#2. 호수 한 가운데 나를 바라보다
명상정원은 이미 대전 대표 관광지
대청호 오백리길 호반 풍경 중 좋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을 꼽으라면 명상정원을 들 수 있다. 호수 안으로 튀어나온 사주(모래곶)을 중심으로 주변에 조성된 정원이다. 이 사주는 수위가 낮을 땐 모랫길이 드러나 육지와 이어지고 수위가 오르면 다시 섬처럼 보이는 계절성 지형이다.
대청호는 댐으로 만든 인공호수라 유입 하천이 실어온 모래가 만안쪽으로 쌓이며 모래톱이나 곶을 만들기 쉽다. 이곳은 어느때는 홀로섬으로, 어느때는 모랫길로 이어진 반도형 지형을 형성한다. 명상정원에서는 이러한 사주가 여러 곳으로 보여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호수와 섬이 이어질 듯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면서 더욱 애틋해진다.
데크와 모래곶(톱) 등으로 연결하면서 곳곳에 전망대와 포토존을 만들어 주변 풍경을 누구나 편안히 만끽하도록 했다. 나무 사이로 그늘이 형성돼 있어 간이 의자 하나면 훌륭한 쉼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곳은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슬픈연가> 촬영지(2005년)라고도 불린다. 이후 영화 <역린> (2014년), <창궐> (2018년) 등이 명상정원 일대에서 촬영되었고 영화 <7년의 밤> (2018년)은 명상정원 뿐만 아니라 4, 5구간에 걸쳐 촬영되었는데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소설은 읽었는데 작품 분위기를 떠올리니 납득이 가는 로케이션이다.
명상정원은 도보여행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대전의 대표 관광지로 평일에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는다.
info > 명상정원 주차장(무료)
- 동구 마산동 551-4
- 동구 마산동 392-2
#3. 길 위의 또 다른 볼거리
대청호오백리길 탐방지원센터, 대청호자연생태관, 자연수변공원
△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명상정원에서 탐방지원센터로 향하는 길
대청호 오백리길 탐방지원센터는 명상정원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명상정원으로 이동해도 좋다. 이름대로 대청호오백리길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관련 행사를 열 수 있는 곳이다.
리본의 색은 각 구간별로 다르다. 맨 오른쪽 노란리본은 대청호 오백리길을 상징한다. 리본 하나만으론 잘 안보일 수 있어 대청호 오백리길에는 각 구간별 리본과 노란리본 두 개가 함께 걸려있다.
대청호 오백리길 관련 지도와 안내서 등을 무료로 얻을 수 있으며 화장실과 식수 등 편의시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상담실, 독서실, 다목적실 등을 갖추고 있다.
△ 대청호자연생태관(사진출처=대전광역시 공식 블로그)
4구간 3분의1 지점에 위치한 대청호자연생태관은 도보여행 중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잠시 그늘 속에서 한숨 돌리게 되고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대청호에 사는 동식물과 수실, 습지 등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준다.
1층은 안내 영상관과 기획 전시관이, 2층은 어류, 곤충, 식물 표본과 생활사 자료를 배치했다. 2층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는 3면의 큰 화면으로 대청호와 수몰된 마을 이야기, 주변 생태가 조성된 과정을 이름처럼 실감있는 영상으로 보여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자연수변공원은 데크 산책길 사이로 수변, 습지 식물 군락지와 분수, 풍차, 미로정원, 꿈돌이 포토존 등이 조성되어 있다. 장미정원을 비롯해 계절꽃들도 조성되어 가볍게 산책하고 사진찍기 좋다.
info > 대청호 오백리길 탐방지원센터
-동구 대청호수로 625
-042-273-5550
-09: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info > 대청호 자연생태관
-동구 천개동로 41
-042-251-4781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4. 마을 속으로 들어가다 연꽃마을, 금성마을
대청호 오백리길은 호수 주변 마을과도 어우러지는 길이다. 호수 풍경을 끼고 있는 마을은 작지만 아름답다. 호수의 아름다움처럼 각자의 특색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
호반낭만길 4구간에는 연꽃마을과 금성마을이 있다. 연꽃마을은 이름처럼 여름이 절정이다. 6-8월에면 연 수련이 호숫가 습지에 빼곡이 올라온다. 4구간 동선상 자연생태관과 습지공원을 지나면 만난다.
금성마을은 4구간 막바지에 만나는 조용한 호반 마을이다. 봄이면 벚꽃이 골목과 제방을 따라 핀다. 수변 데크에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내림 뒤로 마을 지붕과 호수 수면이 한 화면에 겹쳐 사진 포인트도 많다. 공식 안내서에는 봄 산벚꽃이 아름다운 포인트로 소개한다.
△ 가래울마을
이외에도 자연생태관이 있는 가래울 마을은 가을엔 국화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 신성교는 4구간의 끝이자 5구간의 시작을 알린다.
금성마을을 지나 나지막한 고개인 엉고개를 넘어 제방길을 걸으면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의 입구인 신상교에 다다른다. 4구간의 끝이다.
info > 4구간으로 향하는 버스노선
· 60번(75분 간격 운행) : 대전역 > 중앙시장 > 판암역 > 금성마을 입구 > 대청호자연생태관 > 마산B자구(대청호 오백리길 탐방지원센터) > 원마산(4구간 시작점 부근)
· 61-1번(110분 간격 운행) : 판암역 > 금성마을 > 대청호자연생태관 > 마산B지구(탐방지원센터) > 원마산(4구간 시작점 윗말뫼)
· 71-1번(110분 간격 운행) : 신탄진역 > 삼정마을(1구간) > 이현동마을 입구(2구간) > 원마산(4구간 입구) > 마산B지구(탐방지원센터) > 대청호자연생태관 > 추동(연꽃마을 입구) > 금성마을 > 비룡동 입구
#5. 함께 걸어보자 대청호 오백리길 (1, 2, 3, 5, 21구간)
△ 대청호 오백리길 5구간 / 어느 마을에서 바라본 대청호. 대청호 오백리길을 걸으며 다른 각도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총 21개 구간으로 이뤄진 대청호 오백리길은 한국에서 3번째로 큰 호수인 대청호를 중심으로 대전-충북에 걸쳐져 있는 긴 도보여행길이다. 대전에 걸쳐져 있는 구간은 1구간부터 5구간까지 그리고 21구간 일부이다.
ㅁ 1구간(두메마을길, 11.5km / 6시간 소요)
대청댐물문화관 뒤편에서 시작한다. 댐이 준공, 가동된 것은 1980년. 호수의 탄생은 댐 완공으로 비롯됐다.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로하스가족공원, 청남대가 보이는 미호산성, 호수가 생기면서 형성된 호숫가마을들을 지난다.
갈전동은 갈대가 많아 갈전이라고 불리고 이현동으로 불리는 두메마을을 대전의 대표적인 체험마을이다.
주요 코스 대청댐 물문화관 → 제1보조댐 → 미호동산성 → 비상여수로댐 → 삼정동 → 민평기 가옥 → 덕골 → 이현동마을(두메마을) |
△ 대청호 오백리길 1구간의 끝이자 2구간이 시작되는 이현동마을은 체험마을로 다양한 조형물이 마을 내 있다.
ㅁ 2구간(찬샘마을길, 10km / 5시간 소요)
이현동에서 시작되는 2구간은 호수를 향해 비쭉 튀어나온 반도를 돌아보는 코스다. 반도 끝에서는 맞은편 청남대가 바라보이는 얕으막한 산과 성치산성을 지나게 된다.
△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 / 성치산성 부근의 숲길. 숲이 우거져 청남대가 보인다는 전망대는 찾지 못했다. 위치가 숲 안쪽으로 들어가고 마을과도 한참 떨어져 있어 이 구간은 준비를 잘해서 여러 명이 함께 걷기를 추천한다.
여정은 농촌체험 학습장으로 알려진 찬샘마을을 지나 참샘정(전망대)를 거쳐 냉천골을 이른다.
주요 코스 이현동 → 호반길 → 찬샘마을 → 대청호반길 → 전망대 → 성치산성 → 찬샘정 → 냉천골(직동 냉천버스 종점) |
ㅁ 3구간 (호반열녀길, 7km / 4시간 소요)
대청호 오백리길 중 비교적 짧은 코스다. 푸른 대청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냉천로를 따라 걸으며 양구례마을 등을 지난다.
△ 대청호 오백리길 3구간 / 관동묘려 앞에서 바라본 대청호
관동묘려는 대전광역시 문화재 자료 제37호로 열부로 정려를 받은 송유의 어머니 묘 옆에 건축한 재실이다. 은골에서 미륵원 냉천길 삼거리를 지나 4구간과 만나는 윗말뫼에 이른다.
주요 코스 직동 냉천버스 종점 → 양구례 → 사슴골입구 → 냉천길 삼거리 → 은골(관동묘려) → 냉천길 삼거리 → 윗말뫼 |
ㅁ 5구간 (백골산성낭만길, 13km / 7시간 소요)
폐고속도로 옆길인 신상동에서 시작한다. 신상교는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의 일부로 봄이면 꽃비가 내리는 길을 걸을 수 있다. 왼쪽으로는 호반을, 오른쪽으로는 흥진마을을 끼고 갈대길 사이를 걷는다. 백골산성은 해반 340m 백골산에 쌓은 산성이지만 지금은 산성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대청호 오백리길 5구간 / 5구간 초입엔 여름엔 환상적인 벚꽃길이 형성된다.
△ 대청호 오백리길 5구간 / 5구간을 알리는 노란리본과 보라색 리본이 나란히 표지판에 붙어있다.
김정 선생의 묘와 재실을 지나 호수 넘어 관동묘려가 보이는 마을에서 호수를 감상하며 방아실 삼거리에서 여정을 마친다.
△ 대청호 오백리길 5구간 / 호수 넘어 3구간의 풍경이 보인다.
주요 코스 신상교 → 대청호반길 → 백골산성(전망대) → 절골승강장 → 꽃님이 식당 → 방축골 → 모래재 → 와정 삼거리(방아실 입구) |
ㅁ 21구간 (대청로하스길, 13km / 7시간 소요)
충북 청주시 문의대교에서 시작해 구룡산, 장승공원, 조정지댐을 지나 대전 구간으로 진입한다. 대청댐을 바라보며 한바퀴 돌아 용호제를 지나 금강로하스대청공원, 대청댐물문화관에 이른다.
△ 대청호 오백리길 21구간의 끝이자 1구간의 시작점인 대청댐
주요코스 문의대교 → 구룡산 → 장승공원 → 조정지댐 → 대청호 로하스길 → 대청댐 → 대청호 물문화관 |
** 이 글에 함께 게재된 사진은 2025년 5월과 8월 말 두 차례 취재에 의해 촬영되었습니다.